세습이라는 단어에 관하여

왜 그리 말들이 많을까?

공헌배 | 기사입력 2020/06/03 [11:37]

세습이라는 단어에 관하여

왜 그리 말들이 많을까?

공헌배 | 입력 : 2020/06/03 [11:37]

 

한 때 이른 바 세습논쟁으로 좀 뜨거워, 사전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신분, 작위, 업무, 재산 따위를) 대를 이어 물려주거나 받는 일”(이기문 감수, <동아 새국어 사전> (서울: 두산동아, 2001), 1286).

 

이를 따르면, 나는 세습한 사람이다. 아버지도 목사, 나도 목사이기 때문에 신분(직책)세습이다. 또한 모 장로님은 아버지도 장로, 아들도 장로, 며느리까지 장로인 집도 있더라, 세습이다.

 

영국의 수상 처칠도 세습이다. 두말할 나위 없다. 그는 영국의 귀족이며, 귀족의 신분은 세습 된다.

 

소문에 의하면, 조엘 오스틴 목사도 그 아버지가 목사라고 하던 데, 그 사람도 세습이다. 미국 정통주의의 대가 찰스 핫지는 신학자인데, 그 아들인 A. A. 핫지나 그의 패밀리인 J. A. 핫지도 신학자들이다. 세습이다.

 

왜 굳이 세습이 목사들에게만 적용되는가? 세습은 신학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세습은 굳이 혈통에게만 적용되지도 않는다. 업무나 재산에도 적용된다. 어거스틴은 바울을 세습했고, 루터는 어거스틴을 세습했으며, 칼 바르트는 칼뱅을 세습했다. 왜 이것은 비판하지 않는가?

 

독일어권에서는 대학원 지도교수를 일컬어 독터 파터로 부른다. 독일이 좀 보수적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미국 식과는 달리, 도제교육 식 제도가 아직도 있다. 세습이다. 자신의 선생을 파터(아버지)로 부르지 않는가!

 

고려시대의 청자 굽는 기술도 세습된다.

 

왜 공()개념에 맞지 않게 세습하는가? 이런 것도 따지고 들자!

 

대한민국의 대학교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교수인데, 아들도 교수하는 분이 계신다. 세습이다. 그 근무하는 학교가 달라도 세습은 세습이다. 아버지가 의사인데, 아들도 의사인 집이 있더라, 이 역시 세습이다. 김무생씨는 탤런트였는데, 그의 아들은 영화 배우였다. 역시 세습이다.

 

일본의 상점들을 가면, 백년 넘는 맛집들이 있는 데, 이 역시 세습이다. 가서 따져라! 왜 이것은 따지지 않는가?

 

그리고 칼 바르트는 그의 아버지가 목사였는데, 그도 목사였다. 세습이다. 디트리히 본훼퍼는 그의 아버지가 교수였는데, 그도 교수였다. 세습이다. 아마 루돌프 K. 불트만도 그의 아버지가 교수였지? 이건 세습 아닌가? 그것도 따지자!

 

그러고 보니, 개천에서 용나다시피 되어, 아버지의 신분을 능가하지 않는 이상 세습되기 십상이다.

 

, 아버지가 청소부인데, 아들이 의사하면 세습 아니다. 아버지가 농사군 인데, 아들이 교사하면 세습 아니다. 그래서 세습하지 않으려면 부모의 직업을 피해야 하며,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꼴이 된다. 이걸 원하는가?

 

세습이 뭐 어때서?

 

소문에 의하면, 조엘 오스틴 목사는 그의 시무교회까지 아버지가 물려주었다고 하던데, 이걸 두고 미국 사회에서는 소위 공교회성을 훼손했다고 하지 않는 모양이더라!

 

그런데 대한민국의 모 신학교수께서는 아들이 아버지의 목회지를 대물림 했다고 세상에 그 두 부자(父子)목사가 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을 훼손했다며 기도까지 하시더라! 세상에!!! 나는 이런 기도는 처음 듣는다.

 

도대체 그 두 분이 얼마나 대단하시길래, 한국교회의 공()교회성 씩이나 훼손할 수 있으실까? 듣다못해 헛웃음까지 나오더라!

 

그 분의 기도대로라면 한국교회는 목사 한두 사람 때문에 공공성마저도 훼손 될 만큼 취약하단 말씀 아니겠는가? 한국교회는 그 정도로 취약하지는 않다. 그런 기도는 처음 듣는다. 신학 교수님 쯤 되신다면 생각 좀 하셨으면 좋겠다.

 

조엘 오스틴 목사가 아버지의 목회지를 대물림 하였다고 해서, 과연 미국에서도 소위 공교회성운운 해가면서, 공공성을 훼손한다며 난리쳤을까? 아닐 듯하다.

 

대한민국은 나라가 작아서인지, 왠지 사람들의 속도 비좁은 듯하다. 생각을 좀 더 넓게 하시면 좋겠다.

 

기왕지사 말 나온 김에 더 살펴보자, H. G. 언더우드도 세습했다. 인요한(?) 목사는 세습 아닐까? 왜 서양 사람이 대를 이어서 한국에서 선교하시는가? 이것도 세습이다. 이런 것들도 따질 텐가?

 

누구의 말을 들으면, 큰 교회는 재산이 많은 데, 그걸 계승하여 세습이라고 하는 모양이던데, 그리 따지면 언더우드 선교사의 아들도 세습이다. 왜 하필 아버지가 닦아놓은 나라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했는가? 세습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가정은 아주 특이하여, 학자들이 많이 나온 듯 한데, 형님도 교수, 동생도 교수였다. 누님은 교육부 장관 하셨던가? 왜 이것은 따지지 않는가?

 

좀 더 따져보자,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춘부장은 의사이신데, 도올은 한의사이시다. 세습이다.

 

성경을 따르면, 디모데는 외가 쪽에 괜찮은 신앙의 전통이 있는 모양이던데, 그 혈통을 물려받았다. 이것도 엄밀하게 말하면, 신앙의 세습으로 볼 수 있다. 가서 따지시길 바란다!

 

그나저나 나는 어째야 하나? 나의 아버지는 한 동네에서 35년 정도 목회 하신 분이신데, 나도 목사잖아요! 이거 목사직 세습인데, 그만 두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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